키르기스스탄 여행 (4) - 마나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그런데 마나스가 뭐야? (마나스 서사시)

여행자들이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하게 되면, 아마 가장 먼저 만나게 될 곳이 ‘마나스’ 국제공항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나스’가 무엇일까요? 오늘은 키르기스스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영웅 ‘마나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마나스는 누구인가?

‘마나스’는 키르기스스탄의 가장 유명한 영웅이며, 그의 이야기는 수세기 동안 전해져 왔습니다. 많은 전설들은 그를 용맹한 전사, 카안(부족장)으로 묘사하며, 그의 이야기는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지닙니다.

현대 역사가들은 마나스의 이야기 뼈대는 9세기경 키르기스 역사를 바탕으로 세워지고 15~18세기의 역사적 경험이 살로 붙어서 이루어 졌다고 추정한다고 합니다. 또한 다른 시베리아 유목민들의 구전역사와 달리 ‘신화’라기보다는 ‘역사’에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다고도 합니다.

마나스 동상과 키르기스스탄 국기

마나스 서사시를 만나다

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 중 하나인 ‘마나스’는 전체 길이가 500,000줄이 넘어, 이를 듣는 것만으로도 몇 일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어려서부터 마나스 서사시를 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 마나스 서사시를 암송하는 사람을 통상 마나스치(Manaschi)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국내에 출판된 한 서적을 보니 대략 아래와 같은 목차로 마나스 서사시가 구성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I. 마나스 서사시
1장 마나스의 탄생과 어린 시절
2장 마나스의 카슈가르 원정
3장 마나스의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 원정
4장 알맘베트의 귀순
5장 마나스와 카느케이의 결혼
6장 쿄즈코만 형제들의 음모
7장 교교테이 추도식
8장 위대한 베이징 원정

마나스 서사시 3부작 - 마나스, 세메테이, 세이텍 서사시 / 양민종 번역 · 사금바이 오로즈바코프 (낭송) , 사야크바이 카랄라예프 (낭송) 저자(글) / 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

마나스는 위대한 전사로서 묘사되며, 그의 용기와 지도력은 부족들을 통합하고 그들의 땅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이야기는 서사시의 초반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나스의 죽음 후,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세맹디야크와 그의 손자인 페이지는 부족의 지도를 이어받아, 마나스가 개척한 길을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서사시의 후반부에 이어지며, 각각의 주인공들은 자신들만의 전투와 도전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나스 서사시는 이렇게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면서, 전쟁과 평화, 사랑과 배신, 용기와 희생 등 인간의 기본적인 주제를 총체적으로 다룹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 있는 것이 마나스 서사시의 특징이며, 그로 인해 이 서사시는 키르기스스탄의 국가적인 서사시로서 그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마나스의 영향력

여행을 하면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마나스의 영향력입니다. 키르기스스탄의 사람들에게 그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국가의 상징이며, 이는 공항부터 도시의 중심부까지 그의 이름과 동상이 흩어져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레닌의 동상을 허물고 마나스의 동상을 세웠다고 하는데, 이는 그의 상징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마나스 서사시는 수백 년 동안이나 구전으로만 전해 내려오다 20세기 들어서야 문자로 기록되었으며 현재 80종이 넘는 버전이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세계 문화유산(2009년 유네스코 지정 인류 무형문화유산)은 '마나스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낳았고 현재 키르기스스탄의 각급 학교와 대학교의 학과 과정에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과목으로 편입되어 있다고도 합니다.

여행 중 언어와 마나스 이야기를 들으며 키르기스스탄에서 키르기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국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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