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짙은 녹음 콘서트 관람 후기

버트란드삐 2023. 7. 16. 21:50

'짙은'의 '녹음' 투어의 대전 콘서트를 보고 왔다. 짙은을 처음 알게된 것은 7~8년 전 락페스티벌이었다. 감성이 넘치는 여름밤의 무대가 마음 깊이 남아있다. 그 후로도 음원을 통해 이따금씩 짙은의 음악을 들어왔다.



며칠 전 공연 예매 앱을 누르니, 대전에서 하는 콘서트에 좌석이 있어서 기차를 타고 다녀왔다. 공연장은 '대전음악창작소'라는 500여석 규모의 작은 공간이었는데, 대전역에서 도보로 접근이 가능한 곳이라 매우 편리했다.

짙은이 노래하며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를 메인으로, 키보드, 일렉기타, 퍼커션이 있는 세션 구성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세션 구성이지만, 작은 공연장과 '짙은'의 노래 스타일과 잘 어울려, 음악의 서사를 충분히 전달했다.



'사라져가는 것들'이라는 노래를 듣고 처음으로 '지나간 것'에 대한 슬픔을 느꼈다. 아직도 꽤 젊은(?) 나이라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나의 생각과 마음은 지난 과거보다는 다가올 미래를 향해있다. 그러나 이 노래를 통해, 아마도 십 수년 후, 아니면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 이런 감정을 접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모님 혹은 어른들이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극이 들었다. 처음에는 지나간 것에 대한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황스럽게 느껴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감정을 노래를 통해 경험해볼 수 있음이 좋은 것 같다.

‘짙은 - 사라져가는 것들’ 가사 중 일부

한 때 나를 감싸주던 공기와
한 때 나를 웃게하던 웃음이
한 때 나름 절실했던 마음과
한 때 나름 소중했던 것들이

사라져가는 것들이 되어
무너져가는 꿈들이 되어
흩어져가는 우주의 저 먼지들처럼
다시 만날 수가 없다네

사라져가는 것들이 되어
무너져가는 꿈들이 되어
흩어져가는 우리의 발자취를 기억하네

한 때 나를 사랑했던 것들과
한 때 나를 지켜주던 눈빛과
한 때 나를 덥혀주던 온기와
한 때 나를 보살피던 그 집이

사라져가는 것들이 되어
무너져가는 꿈들이 되어
흩어져가는 우리들의
저 아픔들마저 희미하게 사라져가길




'깃'이라는 노래도 인상적이었다. 예비 배우자와 함께 들어서 그런지 앞으로를 기대하면서도 감정이 벅찬 순간이었다.

‘짙은 - 깃’ 가사 중 일부

이젠 아무것도 바랄게 없는
우리들의 작은 둥지속으로 떠나
세상의 모든 짐들은 여기에 묻어버리고
이젠 너와 나의 온도 속에서
서로의 아늑한 날개 속에서 쉬자
아무런 고민도 두려움도 없이
이젠 추억이란 말은 지우고
애틋했던 기억 잊어버리고
멍하니 조용히 그저 품안에
부둥켜 안고 머물러있자
소중하게 붙들었던 시간들
긴 한숨에 모두 날려버리고
먼 언젠가 또 추억할 이 순간
지금부터 같이 만들어가자


중간에 세 곡정도 신나는 무대가 있었는데, 흥겨운 무대도 더 많으면 좋을 것 같다.. 신났는데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ㅋㅋ 그리고 관객의 요청으로 즉석에서 부른 '밤기차' 라는 노래의 따뜻한 분위기도 좋았다.

마지막 무대는 '백야'였다. 이 노래는 역시 명곡이다.. 들을 때마다 주는 울림이 있다. 밴드 사운드가 흐르는 동안 나는 음악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다. (백야 뿐 아니라 몰입력 있는 락적인 밴드사운드가 있는 무대가 많아 좋았다)



이번 짙은 콘서트는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녹음’ 투어가 진행 중이라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가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이나 가을밤 락페스티벌에서 '짙은'의 무대를 만나기를 기약해봐야겠다.

+그리고 짙은 씨는 한화 이글스의 광팬인 것 같았다.. 콘서트장에서 한화 이글스 가을야구를 부르짖는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