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전시 소식을 알게 되어, 여름 휴가 기간 어머니와 본 전시를 관람했다.
편안함을 주는 그림
전시된 작품이 고도의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 그림이어서 좋았다. 숨겨진 의도를 파악해야 하거나, 형이상학적인 아름다움을 파헤쳐야 하는 그림이 아니라고 느꼈다. 특별한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림이 전달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술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겠지만, 때로는 그저 듣기 좋은 음악, 마음이 편안해지는 미술이면 충분할 때도 있다.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것을 너머, 그 이상의 의미를 담거나 기존의 틀을 깨는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고,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수준 높다고 여겨지지만, 정작 단순히 기분 좋은 예술은 저평가되는 것이 요즘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
작가는 1939년생으로, 2025년 현재 86세다. 미국을 주요 무대로 활동한 작가가 노년기에 이르러 한국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녀의 이력을 살펴보니 미국 밖에서는 거의 전시한 적이 없다. 미국 뉴욕의 80대 할머니 작가의 그림은 어떻게 오늘날 한국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된 것일까?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 동안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초기 작품까지 선보이는 회고전이다. 본인 역시도 80대의 나이에 동아시아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두 번의 단독전을 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이라 느끼는데, 내가 그녀의 그림에서 따스함과 편안함을 느낀 것로 설명이 충분이 되는지도 모른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작가가 사용하는 색채가 비비드하기보다는 따스하면서도 톤다운된 느낌이었는데, 이런 것이 한국인 취향에 맞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현재를 살아내자
이 생각을 하며 역시 인생은 스스로 상상하고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구나 느꼈다. 그저 자신의 삶에 충실할 뿐, 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릴지는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미래를 통제하려 집착하기보다, 매 순간을 살아내면 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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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해보니 드라마에 그녀의 작품이 노출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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