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집이다. 책의 제목이자 첫 번째 순서로 실린 '신앙'이라는 단편 소설을 읽었다. 사이비 종교를 만들려고 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일본에서 사이비 종교가 사회적 문제라는 이야기를 얼핏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소설에서도 주제로 쓸 정도의 사회적 현상인가보다 싶다.
현실과 신앙
이 책에서는 '현실'과 '신앙'이 대조되는 개념으로 묘사된다. 여기서 현실이라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 무언가 현명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사이비나 다단계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을 의미한다. 반면, 신앙이라는 것은 종교적 믿음만을 의미하기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돈을 쓸)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나에게는 현실, 너에게는 신앙
이 책을 읽다보면 현실과 신앙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실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에는 현실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앙인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5만 엔이면 꽤 저렴하게 잘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콧구멍 화이트닝' 같은 것들이다. 다과회 모임 안에서는 콧구멍 화이트닝을 안한 사람이 없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코미디(신앙) 그 자체다.
작가가 '콧구멍 화이트닝'이라는 단어를 너무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 마냥 적어놓은 것을 보고 꽤나 '흥미로운 작가로군' 이라고 생각했다. 독자조차도 무심코 읽으면 그것이 현실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블랙코미디가 주는 불편함
책에서는 현실을 숭배하는 주인공이 극단적 형태의 신앙인 사이비를 믿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도무지 신앙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야. 나에게는 현실 뿐이야. 사이비를 믿고 싶어! 나도 신앙을 가져보고 싶어!' 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독자가 보기에는 '현실'이라고 하는 그것이 주인공의 신앙인 것이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제 3자의 시선에서 보는 블랙코미디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독자들은 묘한 불편함을 느끼게도 된다. 내가 마음 속으로 '신앙'라고 판단했던 많은 사람들, '저런 것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나? 저런 것에 돈을 쓰나?' 라고 여겼던 것들이 떠오른다. 스스로 돌아보기에 나에게서 주인공 미키와 비슷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내 주변의 사람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보기에 나의 현실도 우스꽝스러운 신앙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얻은 교훈은, 남들을 내 가치대로 판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고, 절대적인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름의 가치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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