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SG 랜더스에 빛나는 고졸 루키 신인 투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김민준 선수입니다. 9월 16일 기준으로 14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8번의 퀄리티스타트, 7번의 선발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많은 팬들이 김민준 선수의 10승을 기대하고 있는 시점에서, 팀 내에서는 김민준 선수에게 올 시즌 생각하고 있는 이닝 수가 있지만 10승 도전이 가능하다면, 선발 출전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겠다고 합니다.

이처럼 유망주 투수에게는 적정한 이닝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팬들이 알고 있습니다. 신인 투수의 이닝, 투구수, 연투가 관리되지 않으면 유망주 혹사 논란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기회에 어린 투수의 이닝 관리에 대해 어떤 논의들이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버두치 이펙트 (Verducci Effect / Year After Effect)
개념과 기원
버두치 이펙트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의 야구 전문 기자 톰 버두치(Tom Verducci)가 2006년경 제시한 이론입니다. 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투수코치 릭 피터슨(Rick Peterson)의 조언을 바탕으로, 25세 이하 투수는 전년 대비 이닝 수를 30이닝 이상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경험칙을 만들었습니다. 버두치 본인은 이를 마라톤 훈련에 비유했는데, 10K 훈련만 하다가 갑자기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점진적이지 않은 워크로드 증가는 부상 위험을 높인다는 논리였습니다. Sports IllustratedSports Illustrated

버두치는 이 현상을 원래 "이어 애프터 이펙트(Year After Effect)"라고 불렀습니다. 혹사로 인한 피로 누적이 당해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에 성적 하락이나 부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입니다. Sports Illustrated
"버두치 이펙트"라는 이름은 누가 붙였나
흥미로운 점은, 버두치 본인은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꺼렸고,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Baseball Prospectus)의 윌 캐롤(Will Carroll)이 독자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버두치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얻은 뒤 이 현상에 "버두치 이펙트"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후 이 명칭이 널리 퍼지면서 공식 명칭처럼 쓰이게 되었습니다. Athletics Nation
구체적 기준
버두치가 제시한 판정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상: 개막일(4월 1일) 기준 25세 이하 투수
- 조건: 전전 시즌 대비 전 시즌의 워크로드가 30이닝 이상 증가한 경우(포스트시즌 및 마이너리그 이닝 포함)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
- 부상 등으로 인한 예외 상황을 고려해, 경우에 따라 발생 시점과 무관하게 개인 최고 이닝 기록을 기준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Baseball Prospectus
실제 사례와 업계 영향
- 2006년 버두치가 이 이론을 처음 발표하며 2007시즌 성적 하락을 예측했고, 뉴욕 양키스는 조바 체임벌린(Joba Chamberlain)과 필 휴즈(Phil Hughes)에게 엄격한 이닝 제한을 적용하며 이 이론을 적극 받아들였습니다. Bleacher Report
- 한 아메리칸리그 단장은 자신의 구단 투수 관련 조직 보고서에 이닝 증가량을 측정하는 "VE(버두치 이펙트)" 항목을 아예 넣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어린 투수의 이닝을 제한하는 개념은 업계 표준처럼 자리잡았습니다. Sports Illustrated
학계·분석가들의 검증: "근거가 약하다"
버두치 이펙트는 대중적으로는 유명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 진영에서는 오랫동안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분석(2013년경)에 따르면, 유사 사례나 전문가 발언, 개별 사례만으로는 통계적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실제 분석 결과 버두치 지위(Verducci status)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의 증거는 거의 없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비교군 설정에도 방법론적 문제가 있었는데, 버두치 그룹 투수들이 선발투수로 뛴 비율이 비교군보다 훨씬 높았다는 편향이 존재했습니다. Baseball ProspectusBaseball Prospectus
- 블리처 리포트가 2007~2010년 명단에 오른 투수들의 이후 성적을 실제로 집계한 결과, 2010년 명단을 보면 워크로드 급증을 겪은 어린 투수가 반드시 다음 해에 부상당하거나 부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Bleacher Report
- 다른 분석에서도 두 그룹(급증 그룹 vs 비급증 그룹) 간의 차이는 미미했고, 표본 크기도 작아 "버두치 이펙트는 신화"라는 입장에 힘을 싣는 근거로 여겨졌습니다. 다만 이 분석조차도 이닝 수의 큰 증가가 투수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며, 투수마다 신체 구조·투구 메커니즘·컨디셔닝 습관이 다르므로 혹사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Baseball ProspectusBaseball Prospectus
반론 및 조건부 요인
버두치 본인도 이론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인정했습니다.
- 버두치는 두 가지 완화 요인을 언급했는데, 하나는 체격이 큰 선수가 더 큰 워크로드를 감당할 수 있어 부상이나 부진 위험이 낮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0이닝 기준을 얼마나 초과했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체격 요인에 대해서는 실제로 검증된 연구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요약하면, 버두치 이펙트는 통계적으로 엄밀히 입증된 법칙이라기보다는 야구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진 경험적 가이드라인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톰 존 수술이나 부진 사례들이 이 패턴에 부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일리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세이버메트릭스 분석가들은 표본 크기와 비교군 설정 문제를 지적하며 인과관계보다는 상관관계 수준, 혹은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현장 상황을 정리하면, "버두치 이펙트"라는 이름과 30이닝이라는 구체적 기준 자체는 사실상 폐기되었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워크로드를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철학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이 철학 자체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버두치 이펙트"라는 이름/공식은 세이버메트릭스 진영에서 사실상 폐기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는 자체 용어집에서 윌 캐롤이 만든 "버두치 이펙트" 정의 항목을 아예 삭제했을 정도로, 분석가 커뮤니티 내에서는 이 개념이 "민망한 흑역사"로 취급받는 수준까지 갔습니다. 여러 독립적 연구(David Gassko, J.C. Bradbury, Baseball Prospectus 등)가 30이닝 증가와 부상/부진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냈고, "correlation ≠ causation"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프런트오피스에서 "버두치 리스트"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30이닝이라는 숫자 하나로 투수를 관리하는 구단은 사실상 없습니다.
하지만 "관리해야 한다"는 철학 자체는 오히려 더 정교하게 발전
흥미롭게도 실제 현장은 버두치의 단순한 규칙은 버렸지만, 워크로드 관리라는 큰 틀은 훨씬 더 세밀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 이닝 총량 대신 투구 수, 고강도 투구(high-stress pitch) 비율, 메커니즘 변화, 구질 형태(pitch shape) 변화 등 다차원 데이터를 추적합니다.
- 마이너리그 어린 선발투수들은 흔히 4~5이닝만 던지고 내려가고, 짧은 휴식 등판은 아예 없으며, 불펜 투수의 연투도 엄격히 제한됩니다.
-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난 시즌 120구를 넘긴 투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완투형 선발(8이닝+, 200이닝 시즌)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즉 "30이닝 룰"이라는 버두치의 구체적 공식은 죽었지만, "어린 투수를 서서히 키워야 한다"는 사상 자체는 오히려 리그 전체 표준으로 자리 잡아 더 강하게 실현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2024) 오히려 "이 관리 방식 자체가 역효과"라는 MLB 자체 연구 결과가 나옴
이게 최근 가장 흥미로운 지점인데, 2024년 말 공개된 MLB 자체 연구에서는 이런 세심한 워크로드 관리(이닝 제한, 짧은 휴식 금지, 불펜 연투 금지 등)가 오히려 부상 예방에 효과가 없거나 역효과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핵심 논리는 이렇습니다.
- 마이너리그 때부터 백투백 등판이나 무리한 이닝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투수들이, 정작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그런 강도 높은 스케줄을 접하게 되고, 이때 몸이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한 전직 메이저리거는 "몸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오히려 선수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즉 "어릴 때부터 조금씩 부하를 늘려줘야 한다"는 버두치식 직관과 정반대로, "실전에서 부하에 노출되는 경험 자체가 부족해서 문제"라는 새로운 가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MLB 2024년 투수 부상 연구 (MLB Report on Pitcher Injuries) 심층 조사
연구 개요
이 보고서는 MLB 사무국이 2024년 12월 17일 발표한 연간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전 메이저리그 투수, 정형외과 전문의, 스포츠 의학 전문가, 생체역학 연구자, 현직 투수코치, 트레이너, 프런트오피스 관계자, 에이전트, 아마추어 야구 관계자를 포함해 200명 이상의 전문가를 인터뷰해 만들어졌습니다. 목적은 최근 수십 년간 급증한 투수 부상의 근본 원인을 찾고, 향후 해결책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치로 보면 심각성이 뚜렷합니다. 투수들이 부상자 명단(IL)에서 보낸 일수가 2005년 13,666일에서 2024년 32,257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핵심 결론: 진짜 원인은 "구속·구위 극대화 경쟁"
연구는 워크로드 관리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구속(velocity)과 최대 노력(max-effort) 투구를 향한 경쟁을 지목했습니다. 투수들이 살아남고 성공하려면 갈수록 더 빠른 공, 더 지저분한 변화구를 던져야 하는데, 이것이 팔꿈치·어깨에 가해지는 힘과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늘린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8년 60%였던 패스트볼 사용 비율이 2024년에는 45~50%까지 줄고, 그 자리를 더 회전이 많고 스트레스가 큰 변화구들이 채웠습니다.
워크로드 관리가 "역효과"라는 지점의 구체적 논리
지난 대화에서 다룬 부분이 바로 이 연구의 부차적(그러나 매우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보고서는 명시적으로 이렇게 지적합니다: 선수 건강을 지키려는 의도로 도입된 워크로드 관리 관행들이 오히려 선수 건강에 의도치 않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메커니즘은 이렇게 설명됩니다.
- "짧게 던질 걸 아니까 처음부터 전력투구한다": 투수들이 어차피 깊은 이닝까지 던지지 못할 걸 알기 때문에, 매 투구에 전력을 쏟아붓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한 전직 투수는 "예전엔 아웃을 잡으러 던졌는데, 요즘엔 구속만 쫓는다. 예전엔 24~27개 아웃을 잡기 위한 체스 게임을 했다면, 지금은 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세게 던지는 단거리 질주"라고 표현했습니다.
- 오프시즌·스프링트레이닝 준비 부족: 시즌 중 이닝을 줄여주는 대신, 정작 오프시즌에는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구위(stuff)"를 최적화하겠다며 고강도 불펜 피칭을 반복하는데, 이 비시즌 훈련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한 프런트오피스 임원은 "12월에 슬라이더 그립을 잡겠다고 슬라이더만 계속 던지는 게 몸에 영향을 안 준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 봄철 부상 급증이라는 증거: 스프링트레이닝 워크로드를 줄이는 흐름이 오히려 시즌 초반 부상 증가와 겹쳤다는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스프링트레이닝~개막일 사이 IL 등재 건수가 과거 5시즌 동안 80건을 넘은 적이 없었는데, 2023년 거의 100건, 2024년 110건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셰인 비버(Shane Bieber)와 스펜서 스트라이더(Spencer Strider)가 3월에 토미존 수술을 받은 사례가 이 흐름의 상징적 예로 언급됐습니다.
- 마이너리그부터 이어지는 "실전 노출 부족": 지난 답변에서 언급했듯, 어린 투수들이 마이너리그 때부터 백투백 등판이나 긴 이닝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다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야 처음으로 그런 강도의 스케줄을 접하게 되면서 몸이 적응하지 못한 채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입니다.
이 연구가 함의하는 것: 버두치 이펙트식 접근의 근본적 딜레마
이 지점이 앞서 다룬 버두치 이펙트와 정확히 충돌하는 부분입니다.
- 버두치 이펙트의 처방은 "어린 투수의 워크로드를 점진적으로만 늘려라"였고, 이는 지난 20년간 업계 표준이 되어 이닝 제한, 투구 수 제한, 마이너리그 조기 강판, 연투 금지 등으로 실현되었습니다.
- 그런데 2024년 MLB 연구는 이 표준적 관행이 시행된 이후 오히려 부상이 줄지 않고 계속 늘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0구를 넘긴 투수가 한 명도 없을 만큼 워크로드 관리가 극도로 엄격해졌음에도, IL 일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 다만 연구는 "워크로드 관리 자체가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구속 경쟁, 웨이티드 볼 훈련, 근력 위주 훈련으로의 편중(지구력·유산소 훈련 감소), 수술 후 회복 기술 발전이 오히려 "괜찮겠지"라는 심리적 안전판을 만든 점, 개인별 부상 병력 등 여러 복합 요인 중 하나로 다뤄졌습니다.
MLB의 후속 계획과 전문가 반응
- 생체역학 연구 권위자인 글렌 플레이시그(Glenn Fleisig, American Sports Medicine Institute)는 이 보고서를 "랜드마크급 사건"이라며, 문제와 위험 요인들을 이 정도로 폭넓은 합의 하에 식별해낸 것 자체가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MLB는 이 보고서를 최종 결론이 아니라 시작 단계로 규정하고, 다음 단계로 오프시즌 훈련 방식과 시즌 초반 워크로드에 대한 세부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 다만 전반적 논조는 비관적인 편입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거나 드래프트되려면 구속과 구위를 극대화해야 하는 구조적 유인이 있는 한, "해결책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결론적으로 버두치식 "조금씩 늘려라"는 직관은 20년간 업계를 지배했지만, 정작 그 방식이 정착된 이후에도 부상은 오히려 늘었다는 역설이 2024년 MLB 연구를 통해 공식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습니다. 지금 야구계는 "얼마나 던지느냐"보다 "어떻게, 얼마나 세게 던지느냐"와 "실전 워크로드에 얼마나 노출되어 왔느냐"라는 훨씬 복잡한 질문으로 초점을 옮기는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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