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카를로 로벨리 <화이트홀>

버트란드삐 2024. 10. 30. 17:11

혼자 시간을 보낼 기회가 생겨서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과학 교양 서적을 좋아한다.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화이트홀에 대한 이론을 다루고 있다. 최신 물리학을 다루는 서적이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처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쓰여 있으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책은 블랙홀 이후의 화이트홀에 대해 이야기한다. 블랙홀은 물질을 계속 삼키다가 더 이상 압축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화이트홀로 변한다. 즉, 블랙홀이 시간이 지나면 모든 물질을 다시 내보내는 화이트홀이 되어 새로운 시작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우주의 순환과 연결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이론이라고 하니, 내용 자체는 그저 흥미를 가지고 읽을 뿐이다.

 

존재의 근원, 세상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물리학 서적을 읽을 때면 왜인지 동양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시간이라는 것, 자아라는 것은 우리의 생각 속에서 존재한다. 실재로 시간의 흐름을 구분하고, 나와 바깥 세상을 구분하는 것은 우리의 관념일 뿐이다.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시간의 흐름도, 한 인간도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분지을 수 없다. 

 

실제로 블랙홀을 향한 미묘한 논리가 우리의 기억과 선택을 향한 논리와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우리는 동일한 총체적인 흐름, 영원한 흐름의 일부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자아에 집착하는 것이나, 시간의 흐름 속에 초조해 하는 것이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허무주의로 빠지는 맥락은 아님) 그저 주어진 삶과 사회적인 맥락(관계)를 감사히 여기고 충실해야 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 밖에도 나에게 와닿았던 부분들은 과학적인 이론 그 자체보다도, 이 과학자의 여정과 그의 사유였던 것 같다.

 

진짜 어려움은 배우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서 벗어나는 데에 있는 것

 

우리가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뭔가를 말하기 위해 대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하고 싶어서, 뭔가 말할 것이 있다는 구실을 대는 것입니다.